[뭐읽사] 그해 봄의 불확실성, 마치 우리들의 방송 같은... 《책등산책》, 《뭐읽사》 더블 업데이트
2026. 5. 7.
뭐 읽고 사세요.
Reading to Live : 2026.05.06
너무 오랜만의 소식이라 놀라셨을 여러분께,
《책등산책》, 《뭐읽사》 업데이트와 함께 좋지만 더딘 봄 풍경을 전합니다.
- 비자림의 고목
from이끼
지난 [책등산책] 이후 뉴스레터 발송이 늦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대하던 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 것 같고 이미 지난 일은 쏜살같이 흘러가는 것… 이것이 상대성이론일까요?
완연한 봄도 쏜살같이 지나가고 여름처럼 더워진 요즘입니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여러 문제들은 차치하고 정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오늘을 최선을 다해 게으르게 또는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보내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을 살아가는 미약한 인간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삶의 방식인 것 같습니다.
사진은 올 초 겨울에 갔던 비자림에서 찍은 오래된 고목입니다. 오래된 나무들을 바라보며 앞선 삶의 태도를 생각했습니다.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기. 우리 팟캐스트도 그렇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한 회 한회 이어가겠습니다.
문장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게 남은 문장이 몇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억력이 나빠지고 있고 그렇다고 자료를 잘 모아두지도 않았거든요. 분명 예전에는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무엇을 좋아했는지 차차 잊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나는 산책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예전처럼 오래 걸어야겠어요. 봄이 금방 가버릴 테니. 이렇게 말하니 좀 침울한 느낌이지만… 나는 웃긴 것이 좋습니다. 우스운 건 많지만 함께 웃는 일은 드물어졌죠. 친구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다음 말은 생각나지 않아요. 지금 손에 쥔 책에 대해서 말해야 할까요?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얼마간 그 책이 됩니다. 오래 살아온 나무들에게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나는 새순을 귀여워합니다. 새로운 생명들이 우리가 사는 세계로 진입합니다. 이곳을 좀 더 단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주말에 산책시킨 책. 『정오의 총알』, 『진보에 반대한다』, 『굴욕』. 앞의 두 권은 읽던 책이고 『굴욕』은 이번 주말부터 새로 읽기 시작했는데, 넘 좋은 것 같은데요? 읽은 책에 대해 쓰고 말하고… 다 좋지만 정작 진짜 좋을 때는 처음 그걸 읽는 동안… 날씨까지 좋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런 찰나가 즐겁게 느껴지는 계절이 시작되었고, 찾고자 했던 문장은 못 찾았지만, 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네요.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게 하루하루가 가네요. 이번 레터가 늦어진 이유는 역시 저 때문입니다. 분명 매일 “레터 써야지” 생각했는데 산적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고 이미 다음날이 와 있어요. 느리게 살고 싶지만 도무지 허락해주지 않는 세상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달리다가 중요한 걸 매번 잃어버리고 마는… 그래도 운동은 매일 하고 있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요즘은 ‘매일 한다’ 정도의 개념을 조금 넘어서서 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퇴근하면 바로 헬스장으로 가는데, 점점 시간도, 빈도도 늘어나서 이번 주엔 매일 1시간 반~2시간씩 했습니다. 그리고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는 매일매일 머신 사용법이나 정확한 자세, 더 나은 운동 루틴 영상 같은 걸 찾아보는데요. …네, 약간의 강박이 생겼어요. ‘조금 위험한 상태인 것 같은데?’ 생각이 드는데… 제어가 안 돼요. 중독일까요? 매일 어딘가가 근육통으로 아파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아니면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저는 요즘 어쩌다 보니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 상태로 살고 있는데요. 그것들은 제 의지와 노력만으로 충분한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마 보상 심리처럼 의지만으로 가능한 운동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막 드네요. 매일 출퇴근 지하철에 서서 예전보다 단단해진 몸의 근육들을 느끼면 이 노력이 허투루 사라지진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아마 그 감각이 필요한 건가봐요. 뭐… 술에 중독되는 것보단 운동에 중독되는 게 낫겠죠…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건 이 긴 노동시간을 탓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주 25시간 근무 도입하라! - 노동절 다음 날 쓴 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