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임신-출산-육아는 정말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걸 매일매일 절절히 깨닫고 있습니다. 수많은 네이트판 썰들, 고대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와 책들, 유튜브와 릴스에 넘쳐나는 필승 육아법들… 그 모든 게 매분 매초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걸… 다 해온거라고? 인류가? 나도 이렇게 큰 거라고..?)
어떤 마음으로 아기를 낳으려고 했을까요. 저는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에 대해 많은 시간 고민을 하였습니다. 배우자와 논의도 많이 했고요. 결국 낳기로 선택하고 지난한 시간을 지나 맞이한 새 생명은 모성신화 속 천사도 아니요, 유리천장 사회 속 여성의 커리어를 망치는 장해물도 아닌 그저 미성숙한 인간 그 자체였습니다.
이 한없이 무결한 작은 인간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두려움과 슬픔, 걱정이 파도처럼 저를 덮쳐도… 젖기는 하겠지만 파도는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요.
무언가 시작하기 어려울 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저는 주로 쉬는 것을 택하는 편인데요. 그러다 보면 시작은 계속 미뤄지는 게 당연하겠죠. 며칠 전에 강보원의 <에세이의 준비>를 다 읽었습니다. 출판사 블로그에 연재될 때(2년 전?) 많은 부분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에세이의 준비>는 뭔가를 시작하는 것의 어려움에서 시작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의미도, 재능도, 재미도 필요하지 않고 오직 의무만이 남는다고 말해주는 책이었어요. 그럼에도 뭔가를 쓰려는 시도에 대한… (맞나?) 5월 초에 연휴가 있었고 저는 모처럼 쉬는 것처럼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연휴 동안 책을 4.5권 정도 읽을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은퇴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내 기분 좋은 채로 지내는 것이 가능하고, 계속 이렇게 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덜하는 것을 떠나서 아예 안 할 수는 없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네요. 그러나 연휴가 끝나고 나서는 계속 바빴고, 그에 수반되는 환멸이 있었고,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으며, 덕분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드러눕는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아홉 번째 뭐읽사, 세 번째 책등산책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인 4월의 어느 날 녹음되었고, 5월에 업로드되었다는 소식을, 이렇게 6월에나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사이 이끼님 2세가 세상에 등장했고, 양님은 미뤄둔 휴가를 다녀오셨네요. 하지만 이 레터는 지난주에 발송하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었으므로… 지방선거 전에, 그 사이 일어난 기운 빠지고 한심한 세상사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제 탓에 늦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이끼님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