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끼입니다. 저는 습기 가득한 새벽 여름, 나무에 낀 이끼를 좋아합니다. 작은 생태계를 바라보는 느낌도 참 좋고요. 싱그럽고 작지만 큰 우주 같은 이끼를 닉네임으로 지었습니다. 저는 이 팟캐스트 이전에도 두 개의 팟캐스트를 진행했었는데 혹시 제 목소리가 익숙하신 분은 《뭐읽사》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커다란 환대와 책 선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컬트. 귀신 이야길 좋아하는데요, 특히 추리와 섞인 오컬트라면 대환영입니다. (귀족님 계시면 또 연락 주세요. 환대 드립니다.) 그리고 책 하나가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전작을 다 읽는 습관도 있고요.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 『13계단』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마침 올해 도서전에도 오셨었죠. 『제노사이드』를 읽고 『13계단』을 읽은 후 『6시간 후면 너는 죽는다』 『그레이브 디거』 『KN의 비극』 『건널목의 유령』을 다 읽었죠. 그리고 가장 최근간인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를 소개했습니다. 오컬트, 귀신 이야기가 왜 좋냐면⋯권선징악, 사필귀정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각박한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현실도피 같은 거죠. (그게 뭐가 나빠?) 그래서 무섭지만 무서운 게 다는 아닌⋯ 유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또 저에겐 위로와 세계를 넓게 볼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앞으론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계속 함께 해주시면 거듭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엔 과연 무슨 책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양입니다. 왠지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저는 요즘 헬스장에 가기 싫은 날이면 집에서 땅끄부부 유튜브를 켜놓고 따라합니다. 땅끄부부의 영상들엔 늘 BPM 높고 신나는 배경음악이 깔려 있는데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깨워 처음 한두 동작만 따라 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무아지경의 상태로 그들과 혼연일체가 된 나를 발견합니다. 빨간 구두를 신은 것마냥 멈추지 못하는 몸⋯ 영화 애프터 양의 초반부엔 여러 가족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대결을 하는 장면이 나오죠. 저는 땅끄부부를 따라하며 항상 애프터 양의 가족 댄스 대결을 떠올립니다. 그럼 기분이 조금 좋아집니다. (이것이 제 닉네임의 이유는 아닙니다만⋯)
《뭐읽사》 1화에선 <계속 읽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등장하는 산뜻한 문장과 물 위를 유영하는 책 이미지가 담긴 표지. 한여름의 에세이로는 그만인 책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녹음을 끝내고 보니 어쩌면 제 무의식이 뭐읽사의 시작에 어떤 의미를 두고 이 책을 고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읽사》는 계속 읽는 사람들이 모여서 읽기를 증폭시키고자 하는 발버둥 같은 것이거든요. 읽는 사람이 흔치 않은 시대에 읽기는 자주 외로워지는 취미(혹은 생활)인지라 우리는 읽은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들을 사람을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계속 읽기 위해⋯ 윌 유 조인 어스?
반갑습니다. 라짜로입니다. 영화 《행복한 라짜로》의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더없이 고결한 인물인데, 라짜로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으니 어쩐지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 드네요. 이렇게 뉴스레터에 들어갈 글을 쓰기로 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니,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일 자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뭐가 됐든 타이핑을 시작하면 거기서 리듬이 발생하고, 생각해 뒀다 잊어버린 일들이 뇌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그제야 책상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뭐가 떨어져 나왔는지 살펴보고⋯. 제 이야기는 보통 이런 식으로 시작되고, 그래서 대체로 두서없고, 어디서 어떻게 끝나야 하는지 모르는 무엇인가가 됩니다. 그러고 보면 책도 시작했던 곳으로부터 멀리 떠내려가서 어처구니없어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네요.
지난여름 휴가 때는 제프 다이어의 『라스트 데이즈』,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끈 이론』, 커트 보니것의 『챔피언들의 아침식사』를 읽었는데요. 다 재미있었지만 역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곳으로 달려 나간 건 커트 보니것의 소설이었습니다. 보니것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완전히 참담한 마음으로, 완전히 기대를 접고,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세상을 가차 없이 비꼬면서도, 어떻게 동시에 그 세상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가 있을까요. 《뭐읽사》에서 『챔피언들의 아침식사』를 어떻게 읽었냐는 질문에 “⋯감동적입니다”라고 답했는데요. 사실 그때 하고 싶었던 말은 “⋯눈물 납니다”였답니다. 물론 제가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건 『라스트 데이즈』였지만⋯ 첫 회부터 '라스트 데이즈'라니 무슨 생각인지⋯. 이제 뜨거웠던 여름도 조금씩 물러가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낮 시간의 태양은 강렬하니 여러분도 『챔피언들의 아침식사』를 읽고 뜨거운 눈물 흘리는 경험을 해 보시기를⋯. 시간이 되시면 《뭐읽사》도 들어 보시구⋯ 그래서, 이렇게 시작된 우리는 무엇이 될까요?